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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 바다에 노을이 지면

지운/서동식 2008. 5. 6. 21:07

              - 가을바다에 노을이 지면 .. 이제 바다에도 가을이 묻어내리고 있다. 여름이 가고 있다. 따가운 햇살과 수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았던 바닷가도 한 장의 빛바랜 사진으로 남는다. 지난 여름의 기억은 투명한 시냇물처럼 세월의 강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잡지 못한 시간의 강물 위로 아련한 추억의 등불이 실려간다. 무더위로 짜증스러웠던 기억들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가을로 넘어가는 태양은 마지막 힘을 다해 썰물로 드러난 백사장의 속살을 파헤치며 바다로 길게 잠긴다. 긴 해안선으로 둘러싸인 갯바위 너머 낙조(落照)를 바라보며 철 지난 바닷가를 걷는다. 추억은 모래속에 묻히고 발자국은 파도에 쓸려 바다로 간다. 뜨겁던 여름의 태양도 파도에 밀려 먼 세월의 갈피에 접히 듯 수평선을 넘어가고 있다. 해변?무수히 깔려있는 검은 몽돌 하나를 손 위에 올려 놓는다. 돌의 무게 만큼 이 자리에 놓일 때까지 얼마나 많은 억 겁(劫)의 세월을 파도 소리에 울었을까.. 다대포 앞바다, 북적대던 인해(人海)의 바다에 어느새 하늬바람 한 줄기 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의 태양도.. 갯바위에 걸려 붉은 울음을 토한다. 바다는 저렇게 마지막 가픈 숨을 몰아쉬며 짙은 오르가즘에 잠기고 있다. 우리도 어느 날 저 붉은 태양처럼 바다 너머로 저렇게 사라지는 햇살인 것을 어둠속으로 잦아드는 노을인 것을 한 줌의 바람인 것을.. 손을 펴 본다. 손가락 사이로 비치는 붉은 노을 한줄기가 바람에 빛살로 흩어진다. 아, 가을바다에 노을이 지고 있다. / 휘서 지음.
출처 : 지운의 삶의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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