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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밤 그대에게 편지를....

지운/서동식 2009. 10. 15. 20:23

[이편지는 제주도가 고향인  여인으로 부터 받은 편지내용]

 

너무도 망설이다 두서없이 자필 아닌 타자로서 찍어 보냅니다.

할말이 너무도 많이 무슨말을 먼저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절대 편지 내지는 소식을 전하는 일이 없을거라고 제딴엔

다짐을 했건만 도저히 말로는 할수 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글로서

대신하고저 합니다.

 

DS씨!

저는 당신이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알면서부터 언젠가는

내곁을 떠나갈거란 생각을 했어요.

아니 설령 떠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국 우린 같이 할수 없는 숙명적인

만남이란걸요. 그래서, 더욱 외롭고 괴로워 했는지도 모르구요.

 

결국 오랜 갈등과  망설임끝에 어려운 결정을 했답니다. 그렇기때문에 

모든것을 청산하고 새로운 생활에 임하고저 소식도 없이 훌쩍 여행을

떠났던거구요.

 

하지만, 왜 제 발길이 당신과  가까운 곳으로  향했는지는  당신도

잘 알거라고 생각해요. 비록  만나보지는 못하더라도 당신이 살고 있는곳이

어떤곳인지나마 가보고 싶었어요. 근데,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하게 되더군요.

 

근데 참아 만나자는 애기는 못했어요.

무척이나 보고 싶긴 했지만 목소리나마 만족해야 했지요. 어쨌든 제겐

만날만한 한치의 여유도 없었으니까요.

 

결국 공항에서 뵐 생각에서 전화했는데 출발했다기에 전 너무도 반가워서

서둘러 비행장으로 달렸죠.마지막으로  얼굴도 뵙고 해서 기회봐서 편지

내지는 전화를 드릴계획이었는데...

 

근데, 집에 도착해보니 제가 없는사이에 제 방엔 온통 엉망이었고

결국 저는 반항심이 생겨 원점으로 돌아갔고, 그래서 엄마와 심한 언쟁이

벌어졌고요. 결과는엄만 아파서 누워버렸고 저는 죄책감에 고개도

못들고 다니는 죄인이 되어 버렸죠.

 

그래서 속죄라도 하듯이 엄마가 시키는데로 서둘러 약혼을 하기로  했어요.

이결정이 내려지기까지엔 너무도 복잡하고 글로서도 다 표현을  하지 못하겠고

꼭 할 필요성도 못느끼구요. 그리고 상상이 되시겠죠.

 

DS씨!

누구보다도 당신은 나를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해요.

당신은 항상 나를 아껴주셨고 따뜻하고 포근한 가슴으로 저를 안아주셨죠?

 

내가 어떤 투정을 부려도 모두 받아주셨고 무슨 말을 하건 어떤 행동을 해도

항상 웃는 얼굴로 예쁘게 봐주셨고 사랑해주셨잖아요?

 

DS씨!

내겐 당신도 물론 필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건 엄아에요.

그렇기때문에  엄마의 결정이기도 하지만 그 결정이  진정으로 나를 위한 

길이고 내가 가야 할 길이라면 기꺼이 선택하기로 했어요.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이든 내가 원한다면 당신도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힘껏 밀어주시리라 믿어요. 

그러명 더이상 바랄것도 없구, 또한 더없이 행복할거에요.

 

DS씨!

당신도 알다시피 이 세상엔 우리말고도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이면서 

헤어져서 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것에 비하면 우리는 좀 낫잖아요?

 

길게쓰면 더 없는 하소연과 투정을 늘어놓을것 같아서 그만 쓸께요.

부디, 가정에선 사랑받고 신뢰받는 남편으로서 존경받는 아빠로서 사회에선

인정받는 일꾼으로서 모든일이 잘 되길 영원히 마음속으로나마 빌겠어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건강하시고요(꼭)

그동안 저도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쉽게 잊기는 힘들겠지만 서로 노력하면 될거에요.

그럼 안녕히....

 

1986. 10. 2. 깊은 밤에.

멀리서 당신을 사랑했던 "제이" 로 부터

 

*그동안 제게 보내주셨던 모든것은 붙 타버려서 보내줄 수 마저 없게 됐어요.

  널리 이해  해주시길 바랄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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