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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망의 표석

지운/서동식 2008. 6. 18. 19:29

어찌 이들의 영령 앞에 인생무상과 생사일어를 일컬을 수 있으리요.
망극한 고통을 가까스로 달래며 그들을 기리며 기억 하고자 세워둔

불망의 표석 앞에 나는 그저 멍하니 서있다....

 

앞에 보이는 남산에도 하얀눈이 뒤 덮혔다. 갑자기 암담했었던 그때의 일들을

생각하니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간다.....눈물이 핑 돈다....한참을 울었다.

 

TV 나 신문에 보도되는 사건 사고는 늘 남의 일처럼만 여겼던 그날 오후 .....

진눈 개비가 내린 뒤 개인 오후... 나는 동국대학교 학림쉼터에 있는 불망의

표석 앞에 섰다. 내가 가끔씩 찾아보는 곳이다......

 

옛 속담에 부모는 죽으면 땅속에 묻고 자식은 죽으면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유 수와 같이 빠르게 흘러간 지난 5년간의 세월 속에 문득

문득 생각을 하곤 한다.

 

2000년 2월 17일  아침 일찍 집을 떠나 새내기 배움터를 준비하기 위해 지극한

마음으로  앞장서서 달려가던 길에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일찍 지듯이

그토록 똑똑하고 자랑스러웠던 귀여운 나의 둘째 딸 현경이와 일곱 젊은이들이

영하 20도의 혹한속에 매서운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미시령에서 꽃다운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탑갑게 비상의 나래를   접어야 했었던 일들......

 

MBC-TV  뉴스에서 보이는 자막 속에서 내 딸아이의 이름석자가 스쳐 갈

때에도 설마 우리애는 아니겠지 하면서 태연하게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며

사고 현장을 지나 속초 영안실까지 가서 싸늘한 시신으로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서야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서글퍼 울부짖었던 추억들..... 오늘은 괜히 남몰래 소주 한잔 하고싶다.

한동안  찾아주던 문학회 아이들도 이젠 성장해서 바쁘게 사는가 보다...

그래도 허망하기만 하던 추모비의 주변을 쉼터 공간으로 이쁘게 단장해줘서

 먼저간 일곱아이들이 외롭지는 않을 것 같아보인다.

 

현경아 .... 내 딸 현경아 .... 사랑한다..... 영원히

2005. 02.16  동국대학교 추모공원에서  현경이 아빠 서동식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