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운은?/지운은

첫 사랑

지운/서동식 2004. 12. 17. 17:14


오늘은 사랑방에서 나의 젊은 시절 추억의 첫사랑 이야길 하고자 한다.

며칠 전 학교 카페에서 후배인 운영자로부터 요즘도 언니랑 전화 통화하느냐고 묻는다.

 

사실 그도 바쁘게 살고 있으니까 전화 통화도 못하는데.... 한참 후 왜 울 형부 안 했어요 하고 또 묻는다.....

 

지금부터 36년전 그때 난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70여호의 가구가 여기 저기 흩어져서 살고 있던 아주 산골 마을에서 비교적 형편이 낳은 탓으로 중고등학교를 40여리 떨어진 면소재지로 유학을 하였던 시절이다. 자동차라곤 이따금 다니는 군용 작전차량과 산판 차량이 전부였다.

 

아마 19세인가보다 동네 마을 또래 친구들과 여기저기 놀다가 우연히 눈이 마주친 7공주집 맏딸인 숙이라는 처녀와 나는 서로 맘에 두고 있었다.

 

한창 피어오를 사춘기에 마땅한 오락거리가 없었던 그땐 튀밥내기 성냥내기 화투가 유행이었으니...

 

괜히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시골에 가면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 다니며 몰래 만나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 같다.

 

동네 같은 또래보다는 그래도 학교를 다닌다고 객지에 나가 있던 내 모습이 아마도 다른 친구들보다는 여자친구들 한테는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어느 날 내가 숙이라는 처녀한테 마음을 주고 말았다.

 

그 후 우린 함께 일터에도 다니며 오손도손 정담을 나두던 일... 그러기 얼마 후 우린 구석진 시골의 숙이네 방에서 두 사람은 신혼을 꿈꾸듯이 첫사랑의 신방을 차렸다...

 

그런데 두 사람만의 비밀이 아닌듯... 동네 사람 모두에게 소문이 퍼진것이다.... 여기 저기서 수근수근 대는 소리도 지겹게 들려왔지만 친구들한테 놀림도 받았다.

 

그리고 숙인 편물 한다고 면소재지로 나갔고 나는 서울로 공부하러 왔으니 우린 지금처럼 핸드폰이나 전화 사정이 좋은 것 아니고 자연히 서로는 이별 아닌 이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난 얼마 후 군대에 갔다. 군대가서 들은 이야기인데 숙이가 강릉으로 시집을 갔다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해서 첫사랑의 여자 숙이는 완전히 나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강산이 몇번 변해서 서로가 살만해서 첫사랑의 여자를 찾았다...

10년전 그때 서울 의 가까운 어느 유원지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옛날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지만 그래도 그때를 기억하기엔 너무 세월이 변한 것 아닌가....

 

이젠 나이 들어 모두 늙어 가는데....
얼마 전에 큰 아들이 장가를 갔다.. 그래서 예식장에 집사람과 함께 갔다왔다.. 집사람이 저 여자가 당신 첫사랑이냐고 묻는다. 그랫지 왜?....
이렇게 우린 무슨행사 있으면 서로 연락하고 만나지만 개별적으론 안 만난다.......


그런데 며칠 전 7공주의 넷째 동생이 하는 말이다. 오빠 그때 언니랑 결혼 왜 안했냐고...... 나도 언니를 몹시 찾았지만 인연이 안 닿았는가 보다라고......

 

지금도 언니랑 자주 전화하느냐고 묻는 후배의 말에......
너무 나를 좋게 봐주었던 후배가 옛 추억이 생각나는가 보다......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첫사랑의 여자 동생으로부터 받은 질문에 변명이라도 해야겠기에 생각난대로 적었다.

이제 오빠의 첫사랑 숙이는 영원히 내 맘속에 고이 간직하면서 그가 행복하게 잘살기만을 바랄뿐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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