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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소금 한 웅큼

지운/서동식 2008. 5. 6. 21:01
커피 한 잔, 소금 한 웅큼 [3]
글번호: 21   글쓴이: 휘서 조회: 25   스크랩: 0   날짜: 2006.08.24

커피 한 잔, 소금 한 웅큼

 

 


우울한 날에는 커피를 마신다.
밤색 커피를 마시면 몸도 따뜻해지고
마음도 포근해진다.
풀빛 녹차보다도, 갈색 둥글레차보다도
커피는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인스턴트 커피는 아주 뜨거운 물을 붓고 마셔야 제맛이 난다.
그때는 커피와 프림을 골고루 넣고 마신다.
원두커피는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은 채 비스킷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앞에 친한 벗이 있고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어떤 날에는 종이컵에 온기를 느끼면서 마시지만
먹고 남은 후의 잔여물이 종이에 남아 깔끔하지 못하다.

꽃무늬로 프린트된 영국식 도자기잔에 커피를 마시면
한결 분위기가 난다.
더우기 핸드메이드(hand-made)제품이라면 귀한 잔이라는 느낌에
커피맛이 우아하게 혀끝을 감는다.

요즘은 여름 끝 자락인데 불구하고 가끔 우울해진다.
이런 날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분위기 전환을 할까.
소금 한 웅큼을 뿌리고 나쁜 것 없어지라고 푸닥거리를 할까.

잠깐 찬 공기를 맞으며 어둔 하늘을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별무리 속에
초생달이 그림처럼 떠 있었다.
달모양은 찌그러진 것 같은데 웃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왜일까.
지금 나의 마음도 찌그러져 있는데
그 본질은 저 달처럼 웃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밤색 커피 한 잔을 선택하며
아직도 낭만을 선호하는 모습이 우스워
흐리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보다 나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으며
불끈 손목에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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