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안녕하세요...
메일을 늦게 보내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는 현경이와 동아리 동기였던.,,,99류민경이라구 합니다...
지금 42대 시분과장을 맡고 있구요...
저번에 시 전시회때...오시는 걸 알았지만...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람에...
아버님을 뵙지 못해서...저는 많이 아쉬웠거든요..
아,,,그리고 덕범이 정온이 그리고 제 추모시를 보내 드립니다...
다음에 또 자리가 되면 뵐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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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이를 위한 마지막 배웅
99 신덕범
그리움에 목마른 시간이 벌떼처럼 밀려드는
새벽, 어스름 깊은 낭하로 내가 당도할 때
그리움으로 접견을 시도하련다 나는
사유의 뒷켠에서 하찮은 논쟁이나 오갈 때
심오한 척 고상한 척 몸소 뛰는 네 벗 되주지 못했고 끝내
마지막 작별의 선고를 묵묵히 받아들일 뿐
죽음의 사유에 대해서는 추궁하려 들지 않는구나
이제 기억의 닻을 내려 저 어둠의 심연 속으로
황황히 반짝일 네 얼굴을 떠나 보내야 한다
아물지 않는 상처 위로 아직은 이른 딱지가 되어 떠나는
너는 다 가져가지 못하는 이 생의 건망증을
탓하겠지만 남루한 이정표를 지나 늘 그럿듯
하루 묵어가는 어느 간이역에서 버석거리는 시간의 틈을
비집고 묵은 사진처럼 끼워있을 네 모습 네 말투
그리고 네 웃음들
사위어가는 이 어둠과 함께 배웅 않는 생에 대한 용인을
용납하라는 끝까지 생자의 이기심에 기대어
나는 몇 푼의 보상을 더 기다리는 것일까
그러나 더 이상은 내 것이 아닌 동강난 그리움
잘린 기억의 하반신으로 봉합되지 않은 혈흔의 자국이
지워질 때까지 애써 태연한 시간들을 위로하며
내 남은 생의 강을 ?i아서 적연히 흘러가리
문득 그리움으로 용솟음칠 그런 날이 오면
그런 날이 오면 이 곳과 해후 할 그 곳의 어깨에 내려앉는
참담함은 어이하리
나조차 포기한 이 그리움을
네 목마른 갈증의 해갈을
끝내 수갑채워 갈 수 없는 뇌사의 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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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는 네가 찾아와
99 류민경
너를 놓았다가
너를 잡았다가
잠에 들어버렸다
꿈 속에 너는 시를 끓여 따끈한 밥 한솥 짓고
밥그릇 하나 가득 담아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배 속이 뜨끈하더구나
사람 냄새가 난다
문학회 방 하나 가득
솔솔 밥 짓는 냄새가 난다
꿈 가득 정 가득
네 웃음소리 뭍어난다
너를 놓았다가
너를 잡았다가
아침이 되어 버렸다
흔들흔들 너를 지우며
오늘도 너의 빈 자리 채워 나간다
영정 속의 너
- 현경아
99 류민경
하얀 너를 가득 집어
저기 저 세상 아래로
흩뿌리다
너를 잡고 그만
놓아 버렸다
스므해
너의 스므해를
너의 기억을
아직은 떠올리기가
힘이든
금방이라도 뛰어 나올 듯
웃고 있는 너를
외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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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너에게
99박정온
크레졸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는
죽음이란 것이 너무도 가깝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쨍. 멋 모르소 튀어나가 버린
너의 죽음이 너무 멀다
이 곳의 밤은
달팽이의 움직임 만큼이나 더디나
새벽은 요란스런 발자국 소리처럼
어김없이 찾아오고
서늘한 새벽의 공기 사이로
박하향이 묻어오면 똘망한
네 모습이 보이는 듯도 하다
희득한 세면대
은빛 물줄기가
차갑게 내 손바닥에 젖어들 때
여린 녹색빛의 5월이 차오른다
그 창 너머로
5월의 비가
내 눈에 무겁게 젖어올 때
가끔 네 생각이 난다
어느 벽
어느 문 뒤에
힘없이 기대어 있는 너를
흔적조차 보지 못했다
나는 너를 볼 수 없으리라
어는 없으리라
나는 너의 부재를 눈물 몇 방울로
덮어놓을 순 없으리라
5월의 새순처럼
어디선가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을
너를
부러워 했으면 좋겠다
창
99박정온
너와 나의 가슴에
사월의 하늘 만큼이나
투명한 창을 달았더라면
우리 좀 더 가까웠을 텐데
제 가슴 겨울 마냥 꽁꽁 여며매고
쪼그려 우는 일 없었을 텐데
내가 너의 눈을 들여다보듯
너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면
나 너를 무척 좋아했을 텐데
사랑했을 텐데
너는 알겠지 나의 마음을
너의 영혼은 이제 투명한 고백으로
나의 영혼과 만나고 있을 테니
우리 저마다 모르게
두터운 벽을 쌓았으니
우리 서로 알지 못했구나
서로의 마음을
찾아 더듬거렸구나
너에게 물어볼 걸
투명한 눈으로 보지 못했으면
물어라도 볼걸
너의 마음을
그럼
더 사랑했을 텐데
후회도 썰물 같은 공허도 없을 텐데
[2000.6.8 현경이 학교 동기 류민경이 보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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